책읽는 엄마(2025년)

(4월-더글라스케네디) 모멘트-짧은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

쨔니마미 2025. 4. 12. 11:03

 

 
『모멘트』는 냉전 시대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남자의 기억 속에 각인된 단 하나의 사랑과 그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순간을 담은 소설이다.
주인공 토머스는 미국의 중년 여행 작가로, 이혼 후 홀로 살아가던 중 독일에서 온 소포 하나를 받는다.
그 소포는 그가 젊은 시절, 냉전시대의 베를린에서 만났던 페트라와의 사랑을 떠올리게 만든다.

1980년대 초, 베를린 장벽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었던 시절.
토머스는 우연한 계기로 만난 페트라와 강렬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페트라는 동독 출신으로, 그곳에서의 끔찍한 기억과 비밀스러운 과거를 지닌 채 서독으로 탈출해 온 여성이다.

둘은 서로를 통해 위안을 찾지만, 국가 간의 대립과 감시, 그리고 그녀가 짊어진 과거의 그림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점점 조여오고,
토머스는 결국 사랑과 정의, 도망과 마주함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마주한 그 순간들 속에서, 토머스는 묻는다.

“내가 놓쳤던 진짜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리고 그 순간의 무게가 평생을 덮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멘트』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선택해야 했던 모든 순간들, 그 선택이 남긴 후회와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
토마스가 처음으로 페트라와 사랑에 빠진 찰나,
그리고 사랑했던 모든 순간들이 그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로 남았는지를 따라가다보면
독자로서도 그 감정의 진폭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더글라스케네디 작가님의 고작 두번째 책이지만
읽어나갈 수록 작가가 등장인물들에게 만들어 놓는 극단적인 상황이 읽는 내내 불편했다.
 
아이를 낳자마자 잃게되는 페트라가 엄마로서 선택하게 되는 순간들은 여자로서는 절대 선택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트라가 스파이로 선택했던  절박한 상황은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 아니였을까 싶다.
 
나는 책장을 덮고 나서 생각했다.
작가가 말한 ‘모멘트’는 대체 어떤 순간이었을까?

아마도 사랑에 빠진 그 찬란한 순간들, 그리고 결국 헤어져야만 했던 그 절절한 순간 모두가
주인공에게는 지울 수 없는 인생의 ‘모멘트’였을 것이다.

주인공을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진다.
그는 한순간의 실수, 한 번의 선택으로 삶 전체를 회색빛으로 만들어버린 채 살아간다.
그 후의 삶은 단순히 무의미했다기보다, 그 자신이 삶의 의미를 거부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떤 사랑도, 감정도 더는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그는 감정을 닫은 채, 겉돌며 살아갔다.
그 안타까움은 마치, 진짜 색을 잃은 삶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 같아 읽는 내내 먹먹하고 슬펐다.
 
과연 나는 내게 주어지는 순간의 선택들을 잘 해내고 있는것일까
물론 인생에 있어 "잘 살아낸다는 것"은 그지 중요한 답은 아니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서 부끄럽지 않은
한번뿐인 인생의 순간들이 되기 위해
 
그 순간들을 회피하고 덮어두지 말고 마주하고싶다. 
그 짧은 순간들이 모여 내 인생이 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