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더글라스케네디) 빛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왜 빛을 두려워할까. 그리고 나는, 우리는 그 빛을 마주하고 있는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빛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한 남자의 조용하지만 치열한 내면의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가 외면하고 살아가는 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심리적 드라마이자 사회적 성찰이다.
주인공 브렌던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버 택시 기사로 일하는 중년 남성이다. 과거의 안정된 직장과 일상을 잃고,
이제는 생계를 유지하며 가족과의 균열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의 아내는 가톨릭 신앙에 깊이 몰입한 반(反)낙태 운동가이고, 딸은 자신만의 선택 앞에서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극단적으로 갈라진 사회와 가족 안에서, 브렌던은 조용히, 그러나 끝내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선택을 한다.
줄거리는 격렬한 외적 사건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관계, 선택의 무게를 따라 천천히 전개된다. 하지만 그 느림은 오히려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낙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단순히 사회적 이슈를 넘어, 개인의 윤리와 신념, 관계와 책임의 문제로 이어졌다. 나는 어느 한쪽 입장에 쉽게 서지 못했고, 그 갈등 속에서 스스로가 기준 없이 흔들리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흔들림조차도 깊이 있는 고민의 일부임을 깨달았다.
브렌던은 다른 신념을 가진 아내를, 무너진 삶을, 그리고 자신 안의 모순을 계속해서 견뎌낸다. 그는 이상적인 영웅도, 거대한 정의의 대변자도 아니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의 무던한 사랑과 조용한 분투가 오히려 더 강하게 내 마음을 울렸다.
책 제목인 빛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이 모든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꿰뚫는다. 빛은 진실이고, 직면이고, 책임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삶은 빛을 마주하지 않고는 계속될 수 없다는 걸, 언제까지나 그늘 속에 숨을 수는 없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무거운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고 싶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한 번은 마주해야 할, 그런 빛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