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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엄마(2025년)

(4월-더글라스케네디) 원더풀랜드-당신의 원더풀랜드는 어디인가

 


『원더풀랜드』는 가까운 미래, 둘로 나뉘어진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샘 스텐글은 종교적 가치와 엄격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공화국연맹의 요원이다. 그는 국가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며 자신의 이복동생을 쫓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두 국가 체제의 모순과 충돌, 그리고 그 안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이 깊게 그려진다.

이 소설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플라이오버”는 단순한 지리적 공간을 넘어 정치적·사회적으로 무시되거나 소외된 지역, 그리고 현실과 현실 사이의 회색지대를 상징한다. 이곳은 두 체제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고, 주인공의 내면처럼 애매하고 복잡한 장소다.
‘선’과 ‘악’, ‘진보’와 ‘보수’의 경계가 모호한 현실을 투영하며, 우리 사회 속 회색지대를 환기시킨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라면 어느 사회를 선택할까?”
편리함과 기술이 극대화된 연방공화국 이와 반대로 질서와 종교적 신념을 강조하는 공화국연맹.
둘 다 ‘정상’처럼 보이지만, 결국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은 다를 뿐 똑같이 무서운 체제라는 걸 느꼈다.
그럼에도 나는, 편리함을 포기하더라도, 신앙과 가치라는 큰 틀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이 완벽하진 않지만, 영혼이 자유로울 수 있는 삶을 나는 더 귀하게 여긴다.

 

주인공 샘은 처음엔 국가에 충성하고 냉정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엔 혼란, 고통,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복동생을 죽이고 나서도 그는 끝까지 자신이 옳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의 은퇴 후 모습은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나는 거기서 자기기만을 느꼈다. 그는 진실을 직면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낸 작은 ‘원더풀랜드’ 속으로 숨어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샘을 연민하면서도, 그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고 느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어두운 내용과 대비되는 제목이 의아했지만, 다 읽고 나니 작가의 역설적인 의도가 보였다.
모두가 꿈꾸는 ‘원더풀랜드’는 사실, 각자가 보고 싶은 방식으로 포장된 현실일지도 모른다.

 

샘이 마지막에 도달한 조용한 해변이 진짜 이상향일까?
아니면 과거의 죄와 고통을 덮기 위한 도피처일 뿐일까?
작가는 그런 질문을 던지며 진짜 원더풀랜드는 외부가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에 있음을 말하는 것 같다.


『원더풀랜드』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내게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 소설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기술과 통제 사이, 자유와 질서 사이의 플라이오버 위를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