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온(GO ON)』은 더글라스 케네디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한 여성의 성장 이야기이자, 가족의 진실을 마주하는 여정이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부모 밑에서 자라며 복잡한 가족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한때 인생의 반려자라 믿었던 남자친구의 갑작스러운 사고(죽음)는 그녀에게 커다란 상실을 안기지만, 그녀는 그 슬픔에 함몰되지 않고 차츰차츰 그 감정을 정리해가며 다시 삶을 살아가는 선택을 한다. 그러면서도 가족 구성원 각각과의 갈등과 아픔을 무시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묵직하게 껴안으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간다.
이 이야기는 거대한 사건이나 반전 없이도, 삶의 본질적인 면모—갈등, 관계, 상처, 그리고 회복—를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주인공이 자신의 아픔을 도피처로 삼지 않고, 상처를 직면하며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요즘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트라우마’라는 단어 뒤에 숨으며 그것을 면죄부처럼 사용하는 모습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삶의 자갈길에서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자신과 주변의 어려움을 직접 마주하며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 모습이 참 강하고도 아름다웠다.
책의 제목이 ‘GO ON’인 것도 그래서 더 의미 깊게 다가왔다. 그저 ‘삶이 흘러간다’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갈등과 상처를 껴안고도 멈추지 않겠다는 선택, “그래도, 그렇게라도 살아가야만 한다”는 다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삶은 언제나 매끄러운 잔디밭은 아니다. 누구나 자갈길을 만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자갈길을 걸어갈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삶의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진짜 ‘사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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