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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엄마(2025년)

(4월-오가와 이토)츠바키 문구점, 잔잔하게 밀려오는 따듯함 “펜 끝에서 흘러나오는 건, 결국 마음이었다.”츠바키 문구점은 일본 가마쿠라의 한 작은 문방구를 배경으로, 조용하고도 깊은 치유의 시간을 담아낸 소설이다.주인공 핫코(츠바키 모토이코)는 돌아가신 할머니로부터 문구점과 함께 ‘대필가’라는 특별한 역할을 물려받는다.처음에는 대필이라는 직업 자체가 낯설었지만, 한 사람의 인생과 감정, 그리고 말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옮겨 적는 묵묵한 장인정신과 공감의 깊이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대필을 위해 필기도구부터 종이, 그리고 우표까지 섬세하게 하나하나 선택하며단순히 글자가 아닌, 전달하는 이의 진심을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정성스러운 진심이 가득 담긴 편지라니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내가 좋아하던 일본 특유의 잔잔함과 고즈넉함이 가득하게 느껴져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 더보기
(4월-무라타사야타) 편의점인간, 정상적인 삶의 기준은 어디에서 오는가? “정상이라는 이름의 무게 아래,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가.”편의점 인간은 일본의 작가 무라타 사야카가 던지는 강렬한 질문이다.우리가 ‘정상’이라 믿고 살아가는 삶의 기준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그리고 그 기준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정말 ‘비정상’일까?이 소설의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36세, 비혼, 아르바이트생.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으며,정규직도, 결혼도, 사회적 성공도 그녀의 삶엔 존재하지 않는다.하지만 그녀는 편의점이라는 매뉴얼화된 공간 속에서 역할을 부여받고, 명확한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생활을 통해자신의 존재감을 확보하고, 삶을 유지해 나간다.게이코는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감정도 애정도 없는 남성과 함께 살.. 더보기
(4월-더글라스케네디) 빛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왜 빛을 두려워할까. 그리고 나는, 우리는 그 빛을 마주하고 있는가.”더글라스 케네디의 빛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한 남자의 조용하지만 치열한 내면의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가 외면하고 살아가는 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심리적 드라마이자 사회적 성찰이다. 주인공 브렌던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버 택시 기사로 일하는 중년 남성이다. 과거의 안정된 직장과 일상을 잃고,이제는 생계를 유지하며 가족과의 균열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그의 아내는 가톨릭 신앙에 깊이 몰입한 반(反)낙태 운동가이고, 딸은 자신만의 선택 앞에서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극단적으로 갈라진 사회와 가족 안에서, 브렌던은 조용히, 그러나 끝내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선택을 한다. 줄거리는 격렬한 외적 사건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관계.. 더보기
(4월-더글라스케네디) 고온1,2-그저 살아낸다는 것, 그 넘어의 의미 『고 온(GO ON)』은 더글라스 케네디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한 여성의 성장 이야기이자, 가족의 진실을 마주하는 여정이다.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부모 밑에서 자라며 복잡한 가족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한때 인생의 반려자라 믿었던 남자친구의 갑작스러운 사고(죽음)는 그녀에게 커다란 상실을 안기지만, 그녀는 그 슬픔에 함몰되지 않고 차츰차츰 그 감정을 정리해가며 다시 삶을 살아가는 선택을 한다. 그러면서도 가족 구성원 각각과의 갈등과 아픔을 무시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묵직하게 껴안으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간다.이 이야기는 거대한 사건이나 반전 없이도, 삶의 본질적인 면모—갈등, 관계, 상처, 그리고 회복—를.. 더보기
(4월-더글라스케네디) 원더풀랜드-당신의 원더풀랜드는 어디인가 『원더풀랜드』는 가까운 미래, 둘로 나뉘어진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샘 스텐글은 종교적 가치와 엄격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공화국연맹의 요원이다. 그는 국가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며 자신의 이복동생을 쫓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두 국가 체제의 모순과 충돌, 그리고 그 안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이 깊게 그려진다.이 소설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플라이오버”는 단순한 지리적 공간을 넘어 정치적·사회적으로 무시되거나 소외된 지역, 그리고 현실과 현실 사이의 회색지대를 상징한다. 이곳은 두 체제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고, 주인공의 내면처럼 애매하고 복잡한 장소다.‘선’과 ‘악’, ‘진보’와 ‘보수’의 경계가 모호한 현실을 투영하며, 우리 사회 속 회색지대를 환기시.. 더보기
(4월-더글라스케네디) 모멘트-짧은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 『모멘트』는 냉전 시대의 베를린을 배경으로,한 남자의 기억 속에 각인된 단 하나의 사랑과 그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순간을 담은 소설이다.주인공 토머스는 미국의 중년 여행 작가로, 이혼 후 홀로 살아가던 중 독일에서 온 소포 하나를 받는다.그 소포는 그가 젊은 시절, 냉전시대의 베를린에서 만났던 페트라와의 사랑을 떠올리게 만든다.1980년대 초, 베를린 장벽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었던 시절.토머스는 우연한 계기로 만난 페트라와 강렬한 사랑에 빠진다.하지만 페트라는 동독 출신으로, 그곳에서의 끔찍한 기억과 비밀스러운 과거를 지닌 채 서독으로 탈출해 온 여성이다.둘은 서로를 통해 위안을 찾지만, 국가 간의 대립과 감시, 그리고 그녀가 짊어진 과거의 그림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점점 조여오고,토머스는 .. 더보기
책읽는 엄마의 시작 2024년 9월 둘째가 태어났다.또다시 육아휴직에 들어가며, 슬며시 겁이났다. 다시 시작되는 신생아 케어에 너덜너덜해질 체력도둘째를 받아들여야하는 첫째의 스트레스 케어도 걱정이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걱정이었던건마냥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었다.무엇이라도 목표를 세우고 해내야만 만족감을 느끼고 안도감을 느끼는 지나치게 목표지향적 엄마에게 육아는 너무 힘든 과정이다.  계획을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해야하는 엄마에게 육아는계획도 무의미해지고 목표도 사라지며단지 하루하루 잘 버텨내고 살아내는 것이었고 우울해지기 딱 쉬운 상황이었다.산후우울증에 잠식당해버릴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울에게 지지 않기 위해 올 한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이왕에 마흔이 되기 전 새로운 취미를 하나 만드는 거로 하자 맘먹었다. 올 한.. 더보기
(4월-더글라스케네디)빅픽쳐-삶에 대한 만족이 없다면 일어나는 일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는 한 남자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 채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결국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벤 브래드포드는 겉보기에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내면에서는 깊은 불만과 억압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그가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삶의 균형을 찾으려 했다면 그렇게까지 최악의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도피를 선택했고, 이는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삶의 굴레로 이어졌다.특히, 벤이 신분을 바꾼 후 ‘게리’라는 새로운 인물로 살아가면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전 가족과의 단절은 필연적인 것이었지만, 그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이 만든 가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