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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엄마(2025년)

(4월-오가와 이토)츠바키 문구점, 잔잔하게 밀려오는 따듯함


“펜 끝에서 흘러나오는 건, 결국 마음이었다.”

츠바키 문구점은 일본 가마쿠라의 한 작은 문방구를 배경으로, 조용하고도 깊은 치유의 시간을 담아낸 소설이다.
주인공 핫코(츠바키 모토이코)는 돌아가신 할머니로부터 문구점과 함께 ‘대필가’라는 특별한 역할을 물려받는다.
처음에는 대필이라는 직업 자체가 낯설었지만, 

한 사람의 인생과 감정, 그리고 말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옮겨 적는 묵묵한 장인정신과 공감의 깊이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대필을 위해 필기도구부터 종이, 그리고 우표까지 섬세하게 하나하나 선택하며

단순히 글자가 아닌, 전달하는 이의 진심을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정성스러운 진심이 가득 담긴 편지라니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내가 좋아하던 일본 특유의 잔잔함과 고즈넉함이 가득하게 느껴져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마음이 따땃해졌다.

 

이야기 초반, 포포는 우울함보다는 약간의 담담함과 어두움을 자아낸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단조롭게 보내면서 나타나는 단정함이 아니라, 

할머니의 죽음을 애써 외면하던 주인공을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 같다.


할머니를 ‘선대’라고 부를 정도로 거리감을 두는 포포.

오해와 상처가 얼어붙은 그 마음은 의뢰인들의 다양한 사연을 대필해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그녀가 쓴 편지들은 단순한 글이 아닌 타인의 감정을 대신 품고, 정제해, 조심스럽게 전달하는 마음의 언어였다.

 

특히 계절이 하나하나 바뀌어 가는 1년의 시간 동안, 포포의 내면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한다.
책 속에서 큰 사건은 없지만, 그녀가 ‘선대’라 부르던 존재를 어느 순간 ‘할머니’로 다시 부르기까지
그 언어 하나의 변화가 얼마나 큰 감정의 진보인지,
읽는 내내 가슴이 찌르르하게 따뜻해졌다.

포포 곁에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봐주고 기다려주는 동네 사람들이 있었다.
엉뚱하지만 따뜻한 옆집 바바라부인,

무뚝뚝하지만 뭔지모를 따듯함이 묻어나는 남작

그리고 발랄한 빵티에 사랑스러운 큐피까지

그들은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기다려주고,
그저 옆에 있어주는 방식으로 포포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간다.

《츠바키 문구점》은 화려하거나 극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한 줄 한 줄이 진심이고, 그 진심이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소설이다.

잊고 지낸 손편지의 힘,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 써주는 따뜻한 손길,
그리고 계절을 따라 변화하는 마음의 리듬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스며들 것이다.